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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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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명 하ㅇㅇ
등록일자 2014.10.02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67세에 고령이라고는 이른 나이지만, 25여년간 법무사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족과 함께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평소에 건강하여 병원이라고 모를 정도로 살아 왔던 나로서 5년 전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어느날 친구들이 “야! 덕봉아, 너 얼굴이 많이 야윘다”면서 한마디씩 하길래 며칠뒤 몸무게를 달아보니 체중이 6㎏ 줄어들어 아내가 “검진료 내고 종합검진 받아 보자고”하여 동네에서 이름난 위앤장 내과에 검진료를 지불하고 2009년 7월 2일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원장이 9일쯤 검진결과 나온다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6일날 연락이 와서 의원에 급히 와 달라는 것 이었습니다. 원장의 서두르는 말이 심상치 않아 의원에 도착하니 원장이 “어릴적에 말라리아 병에 앓은 적이 있나요?” 묻길래 “아니요. 그런적 없어요”라고 말하자 “종합검사 결과 혈액학적 질환이 의심되고, 정밀검사 및 골수검사가 필요하며 빈혈, 백혈구 증가, 비장종대, 말초혈액검사 이상이라고 종합판정이 나와서 큰병원으로 가셔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사전 예약을 해 주셨습니다.
7월 13일 서울대병원에 도착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수검사를 하였는데 검사결과 병명이 "골수섬유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으며, 교수분께 여쭈어보니 말초혈액이... 운운하면서 말씀하시는데 당시 의학적 용어는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들어 보지도 못한 청천벽력 같은 이 병을 접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밖에 나와서 설명 간호사한테 알아보니 본인도 잘 몰라 의학백과사전을 뒤져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뒤져 보았으나 골수섬유증에 관한 지식이나 글은 몇 자 정도이고 자세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골수섬유증은 피를 만드는 골수가 제기능을 잃고 섬유화돼 딱딱해져서 혈액이 부족되는 병으로서, 보조혈액을 만들기 위해 비장은 기형적으로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하여 생활하기 힘드며 일반 백혈병보다 치료가 힘들고 예후도 나쁘며, 발병 원인도 모르고 유전도 되지 않는데 현대 의학적으로 골수이식 외엔 완치될 수 없는 불치의 병이기도 합니다.

2009년 11월 10일 집에서 저녁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비장이 많이 부어 주변 장기를 누르는 느낌이어서 다음날 서울대병원에 가서 교수분이 CT촬영을 해보자 하여 검사결과 수술하지 않으면 부딪혀 급사할 수 있다면서 13일 외과 교수분이 4시간 동안 비장절제술을 하고, 20일에 퇴원하였습니다. 입원 당시 몸무게는 8kg 줄었고, 비장크기는 960g으로 정상 보다 5배 정도 컸습니다.
101동 병실은 면회금지구역이며, 처음에 입원하면 2인실에 있다가 6인실 병실이 나오면 옮기기도 합니다. 나 혼자 비장만 개복수술 하러 온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암 환자이고, 골수이식 후 재발하여 입원한 환자가 대부분이었고, 병명은 알수 없지만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숨진 환자도 있었습니다. 1주 동안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도 청결해야 하며 면도는 면도칼도 감염되므로 전기면도기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평생동안 이렇게 입원 한 경험이 없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네가 정말 환자가 된 사람 같았고 빨리 병실을 벗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변을 볼수 없어 나중에는 관장을 해서 볼일을 보기까지 했습니다.

수술후 교수분이 다음 단계로 골수이식 수술을 준비해야 되므로 형님의 피검사를 한 결과 일치하기에 동종골수이식을 권유받았으나, 코디네이터 간호사가 형님이 B형간염 보균자로서 이식할 수 없다고 말하자 가족들과 상의한 후 골수이식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만약에 이식을 하게 되면 성공율은 몇 %인지 교수께 묻자 성공률은 6:4라고 말하며 60세(그 당시 만 61세)가 넘으면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비장절제술 후 “인명재천”이란 말을 되새기면서 완치는 물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자는 목표를 세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였습니다. 유산소운동은 1주에 세 차례 충랑천에 나가 10㎞씩 걸었으며, 주말에는 집과 가까운 수락산에 등산을 하였고, 음식은 날 것 외에는 골고루 섭취하였습니다. 특히 흑마늘은 집에서 만들어 매끼마다 먹었고, 우엉, 연근, 버섯류, 순대 등은 자주 먹었으며, 삶은 달걀은 매일 1개씩 먹었으며 녹차와 상추, 깻잎은 먹지 않았습니다.

2012년 7월경 아침 식사할 때 식탁에서 아내에게 “여보! 나 확진한지 벌써 3년이 되었구려. 정말 세월이 빠르기도 하오”라고 말하니, 아내는 “네가 당신한테 말 안 한게 있는데 이실직고 할까요?” 하길래 “무슨 말을 할려고 그래, 뜸들이지 말고 얼른 얘기 해봐요.” 그러니까 한참 망설이다가 아내는 “당신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교수분이 수술후 3년을 못 넘긴다” 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건강해줘서 고마워요”하면서 눈물을 흘렀습니다. 나만 모르고 딸, 사위는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듣고서 이런 나를 끝까지 보살펴 준 아내에게 한없이 고맙고 사랑하면서 아름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정기검진은 빠뜨리지 않고 외래진료를 받았고, 건강일지는 5년간 매일 써 왔습니다. 약복용, 대, 소변 회수를 철저히 기록하고 전, 후 진료일자에 검사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그래프로 작성하여 좋고 나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건강이 많이 호전되었고, 항상 긍정적 성격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즐겁게 생활하니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2013년 9월경 매주마다 등산하는 수락산에 갔었는데 얼마가지 못해 가슴에 통증이 오고 어지러워 바로 택시타고 동네병원으로 와서 진찰해보니 원장이 협심증이라면서 왜 빨리 오지 않았느냐면서 늦으면 큰일난다고 하여 서울대병원으로 예약해 주셨습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에 도착하여 진찰하면서 협심증으로 판단하고 입원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였으나 나중에 병실에 오더니 혈액수치가 나빠 수술하기전 혈액종양내과 교수분과 상의하여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얼마후 암센터 혈액종양내과 담당교수분이 오더니 여태까지 건강했는데 수치가 좋지않아 골수검사를 하기를 권유하였습니다.

2번째 하는 골수검사는 너무 아파 고통스러웠으며 두교수분이 상의하여 결정한 것은 악성빈혈로 인한 협심증과 유사한 증상이라면서 순환기내과에서 CT촬영은 협심증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얼마후 골수검사 결과를 주치의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헤모글로빈 6, 혈소판 44,000으로 급성골수백혈병으로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하기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골수섬유증은 희귀난치성 혈액암으로서 10만명당 1.4명꼴로 발병하며 환자 4명중 1명이 급성골수백혈병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급성으로 악화되면 생존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그 중 네가 이렇게 진행되어 간다는 사실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네 가족과 귀여운 손녀들이 그리워지는 상상에 자꾸 한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2차 골수검사후 여태까지 느끼지 못한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6개월간 잔기침으로 무척 고생하였고, 피부의 가려움증도 5개월간 치료하였으며, 체중감소에 조금만 걸어도 허벅지에 통증이 오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매 1달에 1회 정기진료를 받으러 가며 최근 정기진료일인 2014년 7월 31일 백혈구 73,890, 헤모글로빈 7.3(정상 13~17g/㎗) 적혈구 2.45(정상 4.2~6.3)으로 그 외는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나, 백혈구 수치가 높아 잠시 중단했던 하이드린캡슐을 다시 복용하였으며, 몸무게는 57㎏으로 8㎏ 줄었습니다. 1주에 1회 철분이 많이 쌓여 철을 빼는 주사를 맞고 있는데 한번 맞는데 3시간 소요하며 마치고 나면 다리에 힘이 없어 걷기 힘들 정도입니다.

과거와 달리 골수섬유증의 완치에 가까운 신약 개발이 활발하므로 절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투병해야 하며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 그리고 간호사와 잘 협조하여 신뢰하고 따라야 하며 주위의 비과학적인 치료 권고에 귀 기울이다가 적절한 치료를 늦춘다던지 부작용으로 정상적 치료에 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그동안 환우분 병문안을 다녀오고 함께 걱정하고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었던 최영숙님, 이영구님, 김은희님과 이윤희님 등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네가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될지 알수 없으나 환우와 보호자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모두 힘내시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용기와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오늘 이 수기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고 화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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